▲ 다시 한 번 리플레이 | 켄 그림우드·노블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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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차오르는 책이다. 어떤 릴레이 경주에 뛰어든 내가 바통을 받아 동시에 뛰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삶의 우선 가치들이 재생이란 시간 게임의 규칙 속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명멸한다. 익숙한 레인에서 예정된 이별과 온전치 못한 과거를 살아야 하는 주인공을 보면 오히려 상반된 감정이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게 반복해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꿈꾸기는커녕 책을 덮고 당장 지금을 살고 싶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 제프 윈스턴은 처음부터 죽는다. 쳇바퀴 인생을 살던 43세에 심장마비로 죽고 18세 젊은 몸의 대학 신입생으로 다시 태어나 살아간다. 그리고 또 43세에 죽고 또 자꾸 태어난다. 구간 반복 재생되는 삶과 죽음 속에서 기억을 간직한 채 미래에 대해서도 알기 때문에 부자가 된다. 그러나 또다시 태어나자 부와 권력의 부질없음을 알고 방탕하고 후회 없는 사랑도 해본다. 하지만 공유할 수 없는 ‘앎’을 지닌 주인공의 시간은 진보하지 않는다. 시간은 구속이었고 깨어나는 시간이 죽는 시간을 앞지르자 비로소 반복이 멈춰진다. 미래는 이제 ‘고맙게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며 무한한 가능성이었다. 주인공은 더 나은 선택을 하겠다는 착각을 버린다. “그가 보기에 가장 완전하고 슬픈 실패는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인생이었다.” “더 이상 ‘다음 번’은 없다. 오직 ‘이번’이 있을 뿐이다.”

이 판타지 소설은 극단적 비관과 무지한 긍정이 팽팽히 길어내고 있는 내 삶의 원동력을 재가동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암흑처럼 느껴지던 미래는 반복되어질 수 없는 고스란히 내 몫의 생이며 아는 것보다 보는 것이 중요하고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더라. ‘다시 태어난다면’ 타령하지 말자. 차라리 다시는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이 책을 읽고 지금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