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가 X에게_편지로 씌어진 소설 | 존 버거 | 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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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 다른 결, 포기하지 않는 사랑
살면서 얼마나 많은 책을 다 읽은 뒤 껴안아 보았을까. 2126일 혹은 “세상을 가로지르며 말하는” 그들의 사랑과 정치와 투쟁과 헤어짐을 끌어안고 가슴을 쓰다듬는다. 이중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 있는 사내와 그에게 보내는 한 여인의 편지 형식, 다른 곳, 다른 결에서 말하고 바라보는데 어떻게 이것이 사랑인가…. 물리적 거리는 잠정적 이별일 뿐, 떨어져 있다는 것을 긍정하고 약속을 돌보도록 다독여준다. 그 약속은 세계화와 일반화의 협잡과 공모를 위협하는 개별성의 창발을 잊지 않는 것이다.
A와 X는 알파벳의 하나이지만 자식과 부모일 수도 있고 혹은 산 자와 죽은 자,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연애편지도 아니고 허구로만 구성된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는 현실을 전해주는 그의 방식은 한 장, 한 장 각자의 절박한 사연을 알려주며 나부끼는 깃발을 닮았다. 소설 속 간간이 마주치는 서투른 데생이 이정표처럼 각별한 애잔함을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존 버거가 미술비평가이기도 하지만 화가이기 때문일까. 그의 글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 그러나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의 드로잉을 닮았다. “우리는 희망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준다”라는 남자, 우리들 슬픔의 원인은 부재와 무를 혼동하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여자. 이것은 “기다리는 법을 아는 피는 또한 돌이 되는 법도 알고 있는” 전복적인 저항의 초상이 된다. 각자의 삶에 내버려진 비통함을 알아주는 이 책을 껴안자 사랑이 잠입하고 기다림은 행동한다. “모든 것을 나누고 아무것도 나누지 못하는 우리”, 그에게서 가장 오래된 치유법, 사랑을 처방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