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로이 ㅣ 사뮈엘 베케트 지음 ㅣ 김경의 옮김 ㅣ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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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주워 담고 새는 말들
블로거와 트위터들의 지저귐을 스크롤 하다 보면 생뚱맞게도 ‘몰로이’가 생각난다. 자아를 탐구하는 듯이 보이면서도 기억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베케트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글쓰기와 언어에 대한 한계를 긍정하기 위해 모국어를 버리고 불어로 썼다. 실패하기 위해 써내려갔다. 20년 전 불어 옹알이를 하던 내게는 베케트가 딱 만만하게 보였다. 서울 학창시절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극으로 보고 난 뒤 “이뭥미”충격을 입었던지라 파리의 미뉘 출판사에서 나온 <말론 죽다>,<이름 붙일 수 없는 자>,<몰로이>,그 나머지도 베케트의 책이라면 몽땅 사들였었다. 현대문학에서 가장 어려운 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책들을 만만하게 읽다니! "나는 주머니에서 조약돌 하나를 꺼내 빨았다. 그것은 내가 하도 빨아서, 그리고 폭풍우에 뒹굴려져서 매끄러웠다. 동그랗고 매끄러운 작은 조약돌 하나를 입에 넣으면, 평온해지고 기분전환이 되며, 배고픔도 달래고 갈증도 잊을 수 있다." 그 당시의 스마트폰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베케트 작문의 원칙, “말하길 원치 않는 것,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것,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믿는 바를 말할 수 없는 것, 그리고 항상 말하는 것, 혹은 거의 항상 말하는 것” 이 얼마나 실현할 수 없는 창작의 원칙인가. 의미와 상징과 쉬운 것만 인정하는 세상에 극 사실주의자가 되는 일이란! 베케트의 책은 그림이자 시였고 예수이자 금강경이었다. 삶이라는 부조리한 음치의 콧노래이면서 형용할 수 없는 무엇이 종교적인 것과 미적 단계를 파괴시켰다. 계속 아무것도 없음을 향해 내달아야 하는 그것은 실존의 문제로 돌아왔다. 끊임없이 맴돌고 '새는 말'들, 아마 그것이 베케트의 부조리극과 소셜 네크워크 글쓰기의 닮은 점이면서도 아무 상관없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말했듯이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실패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감히 실패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