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복, 전복의 예술을 꿈꾸는 예술가- 임민욱 아르코 아티스트 / 웹진 아르코
2010/08/11 15:40
▶ 예술의 전복, 전복의 예술을 꿈꾸는 예술가- 임민욱
글 : 김찬동(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장)
이화여대 재학 중 졸업을 포기하고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가 1998년 귀국한 임민욱은 <도시와 영상-의,식,주>(1998)전을 통해 매우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국내 미술계에 등장하였다. 1999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사회적 고기>전, 인사미술공간에서의 <주관적 이웃집>전(2000)을 필두로 광주비엔날레 광주은행상(2006), 에르메스 미술상 수상과 이스탄불비엔날레 참가(2007),멕시코 뮤제오 타마요에서의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전(2009) 등을 통해 현재 국내외적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인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비디오와 퍼포먼스, 오브제 설치 등 장르융합적 언어로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과 그 속도가 조장하는 망각에 저항하는 일관된 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개발론의 미명하에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도시환경은 가치있는 사회의 기억들을 제거시키는 모순과 역설을 범하고 있는데, 작가는 최근 <꼬리와 뿔>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이러한 정황들을 드러내는 다수의 영상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글로벌시대의 이중성의 내용들은 단순히 한국이란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며, 서구 근대를 비판하는 전지구적 문맥의 중심주제 중 하나이다. 작업을 통해 제기하는 문제의 중요성으로 인해 그녀는 해외로부터 많은 전시에 초대되고 있다. 금년 리버풀비엔날레 참가를 위해 신작을 제작하고 있는 바쁜 와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준비 중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작가들의 국제경쟁력을 위한 전략, 상업화가 만연되어 가고 있는 국내 미술상황에서 문예진흥기금 사업에 대한 바람 등에 대한 그녀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김찬동 바쁜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도 에르메스상 수상 이후 중요한 국내외 전시를 통해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중 한사람으로서 요즘 근황은 어떠한가요?
임민욱 개인전을 끝내고 몇 가지 일들이 일상에 변화를 가져와 힘들었지만 잘 지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셨다시피 해외에서 요청도 많은 편이고 작업하고 싶은 것도 갑자기 많아졌고, 그래서 긴장감을 가지고 우울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요. 스위스나 프랑스 경우는 어디서 작품을 보고 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해오기도 하고 오스트리아와 로테르담에서의 전시 등 상반기에만 다섯 군데의 전시를 했습니다. 시드니의 캠벨타운 아트센터에서의 The River project 와 리버풀 비엔날레, 미디어시티2010, 마드리드에서의 전시 등이 개인적으로 각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 개인이 부각되고 조명을 받는 전시들이 아니고 담론 창출에 의미를 더하는 전시 기획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전시를 많이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잖아요. 어시스트를 받지 못하면 오히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매달려 있어야 해서 싫습니다. 저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더 많은 신작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신화를 낳는 화제작보다는 문제작에 갈증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를 이미 시작했는데 마음은 벌써 다음 구상에 쏠려 있고 그래요.

▲ 더 이상 장마의 끝을 알리지 않기로 - 통일 전망대, 2008, 디지털 프린트
김찬동 여전히 많이 바쁘시군요. 즐거운 비명으로 들립니다. 2003년부터 현재의 남편인 프레디릭 미숑과 함께`Pidgin`이라는 예술공동체를 창립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초기엔 공동작업을 다양하게 펼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로부터 현재까지 임민욱의 작품을 관통하는 개념과 방법은 무엇인가요?
임민욱 허구와 현실은 한 몸이라는 생각과 ‘따로 또 같이’라는 방법론을 쓴다고 할까요? 양가적이며 복합적인 관점과 태도를 늘 속도의 풍경 위로 드러나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구요. 사람은 누구나 사라진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그 저항과 비밀에 대한 희망이 작업의 모티브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아요. 결국 기억을 둘러싼 발언이자 개입이죠. 그리고 이건 아마도 한국의 '빨리빨리'와 이분법적 좌우 대립이 극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관찰을 바탕으로 작업을 통해 경계를 질문하게 하고 만들어 나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쟝르에 구속되지 않고 만나고 들어보고 얘기해봐서 서로의 시너지가 생긴 결과로 작업이 생기면 행복해지지요. 현재도 무용, 음악, 다큐의 방식을 총체적 연극과 같이 시도하고 영상으로 실험하고 있으며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방안도 열망하고 있습니다.
김찬동 금년 리버풀비엔날레에는 어떤 작품을 출품하게 됩니까? 기존의 작품이외에 신작을 한점 준비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요?
임민욱 '손의 무게'라는 제목의 작품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비디오 작품을 통해서 비평과 실험적 요소를 갖추는데 노력을 쏟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들은 주로 허락되지 않는 공간 또는 기대를 져버린 공간, 사라질 공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한 장소들을 비밀스러운 관광단체의 순례로 드러내고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공간과 상황을 열감지 카메라로 읽어내는 내용입니다. 지난번 SOS 한강 유람선상에서의 퍼포먼스가 빛으로 도시를 스캔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온도로 스캔되는 풍경이 또다른 기억과 감각을 일깨워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Portable Keeper, 2009-2010, HD 싱글채널 사운드 프로젝션
김찬동 최근 해외에서 유학 경험을 가진 작가들이 늘어나고 해외정보나 네트워크가 다양해서 국제적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좀더 경쟁력을 가지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임민욱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음.. 무엇보다 영어를 잘 해야겠고 해외인맥을 쌓고 늘 메일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자세와 평소 지식이 있으면 좋겠죠. 글로벌한 매너와 공격적 자세, 허그도 잘하면 금상첨화겠구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저는 기가 약한지 그런데서 많이 피곤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경쟁력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전 영어도 잘 못하고 작업은 로컬에서 구체적 고리를 가지고 글로벌한 이슈의 문제제기를 관통시키는 편인데 경쟁력있는 작가들이나 작품들은 역시 추상성을 다루는 경우라고 조언하면 도움이 될런지요…
김찬동 여타의 방법들도 중요하지만 내용적으로 지역적인 소재로부터 글로벌 이슈를 도출해 내는 일,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임민욱씨의 경우, 문예진흥기금이나 아르코미술관의 전시지원 수혜경험이 꽤 많은 편인데, 실제로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이 개인창작활동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경우는 어떤 경우였는지요?
임민욱 사실 지원이 없었다면 전시를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개인적인 방침입니다. 수많은 미술기관들의 인력은 작가가 제공하는 콘텐츠와 아카이빙에 의해 위상과 직급을 갖고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데 왜 작가만 거기서 무상제공이 당연시되어 왔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마도 미술사가 부여한 작가의 신화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여기에 항상 시차가 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여기’가 중요하고 기금이나 지원은 상당히 기회가 많아졌다고 봅니다. 그건 많은 큐레이터분들의 열정과 동료작가들이 치룬 희생과 저항으로 이끌어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2004년 아르코 미술관에 피진컬렉티브가 만든 <로스트?> 컨테이너 공간과 작년 SOS 그리고 현재 작업 중인 비디오 <손의 무게>는 전시 지원과 기금 헤택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냈을 경우입니다.

▲ <로스트?> 컨테이터 프로젝트 1, 2004, 아르코미술관
김찬동 현재 한국미술계는 상업화가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인데, 이에 대한 견제나 균형을 위해서는 비영리 전시공간이나 공공영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멀티미디어나 장르융합형의 새로운 작업을 꾀하는 작가들의 경우, 상업적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이게 되는데 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프로그램이 있다면?
임민욱 사실 저는 기금을 받기 위해 사이트를 뒤지거나 정보를 잘 알고 있는 편이지 못합니다. 전시안을 제시하고 나서 전시 주최 측이 방법을 찾아 준 경우라 어떤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있는지 말씀드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하지만 조금전에도 말했듯이 영향력과 규모에 비해서 장르융합형의 작업들은 공공영역의 지원이 없었다면 저와 같이 개인적으로 비평과 실험에 대한 욕구가 강한 작업들은 제작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창작의 전반적 빈곤과 문화적으로 단세포가 되는 일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예술인은 흔히 말하듯 먹고 살려고 상상하지 않습니다.
김찬동 리버풀 비엔날레 참가 이후 전시에 관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임민욱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Art is action, Action is production’이라는 워크숍과 전시를 동시 진행하는 기획이 있는데 참여할 생각입니다. 그 지역의 역사와 기억 등 로컬이슈를 들어보고 어떻게 한국작가인 제가 그 지점에서도 보편성과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갑니다. 2005년도의 뉴타운 고스트 비디오 작업이 해외 스크리닝 요청이 가장 많은 작업이었는데 그건 그 작업의 맥락이 그들의 현 상황에 견주어 공통되는 맥락과 현재도 여전한 이슈이자 공감할 여지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전시도 마드리드의 '사라지고 새롭게 태어날 한 공간'의 기억을 되살리고 위로하거나 이해하고자 하는 제스쳐인데요. 그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위크숍이 선행된 기획입니다. 이 때도 비디오는 영화와 다큐사이에서 융통성을 가진 매체로서 충분히 상상을 도모하면서도 개입을 유발하는 이동성에 적합한 매체겠죠. 그렇게 증언의 눈을 수집하고 녹취하는 방식이면서도 고루함으로 내던져지지 않는 형식을 또 발명하는데 지속적으로 관심이 가네요.
김찬동 마지막으로 특별히 후배 신진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 있다면?
임민욱 사르트르가 인간 존재에게 어떤 정의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창조하면서 하나의 존재로 정립된다는 말을 했죠.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중에서도 전방위를 선택하신 당신을 스스로 격려하길 바라고 제게는 그 외로움이 가장 값지고 멋져보인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 멋진 작품과 활동을 기대합니다.
[출처] 예술의 전복, 전복의 예술을 꿈꾸는 예술가- 임민욱|작성자 아르코